감독과 출연자
'길복순'은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전도연이 길복순 역을 맡아 킬러이자 엄마로서의 복잡한 감정을 연기했다. 전도연은 이전에 보여준 강한 캐릭터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엄마이자 킬러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며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함께 출연한 이상엽과 이순재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극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강렬한 액션 씬을 담아내고 있다.
영감을 받은 영화와 촬영 비하인드
'길복순'은 '종말의 발키리'에서의 사사키 코지로의 시뮬레이션 장면이나 '킹스맨'의 교회 액션 시퀀스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길복순의 시뮬레이션은 치밀한 계획과 정확한 실행을 강조하는 킬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킹스맨'의 교회 씬처럼 강렬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담아냈다. 감독은 이러한 고전적인 액션 장면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촬영 비하인드에서는 전도연이 직접 참여한 액션 씬을 비롯해, 세심한 액션 연습과 감정선을 위한 준비가 뒷받침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액션을 넘어서, 시각적으로도 세련된 요소들을 통해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킬러로서의 세계관과 등장인물
영화에서 킬러들은 마치 엔터회사처럼 조직화된 방식으로 활동하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킬러들이 직업적인 특성을 지닌 캐릭터들로 묘사되면서, 그들의 관계와 역할 분담이 마치 한 회사의 부서처럼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또, 길복순 외에도 다양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어, 영화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이 모든 등장인물과 세계관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서사를 담아내야 하므로, 영화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요소들을 압축해야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좀 더 살리고 그들 간의 관계를 심도 있게 그렸다면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은 한 번쯤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매력을 가진다.
줄거리와 시리즈로서의 가능성
길복순은 킬러로서의 본능과 엄마로서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길복순은 천부적인 킬러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을 살려 여러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그녀는 어느 순간, 과거의 일에서 벗어나 평범한 엄마로서 딸을 키우고자 결심한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다시 킬러의 길로 이끈다. 엄마로서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킬러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길복순은 갈등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액션 장면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세계관과 등장인물, 서사까지 모두 풀어야 하므로, 그 완성도에 있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차라리 시리즈로 나온다면, 각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나 세계관의 세부적인 설정을 더욱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어서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아 영화에서 못 다룬 내용을 볼 수 있어서 좋을 듯 하다. 예를 들어 길복순의 남편이라던가 차민희 차민규 남매의 성장 스토리, 차민희는 왜 차민규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지 등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길복순의 감정선이나,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 점진적으로 풀리는 방식은 흥미롭지만, 이를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모두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킬러가 주제인 만큼 다소 박진감이 떨어지는 액션신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액션 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흥미로운 설정에 훌륭한 연기가 더해져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특히나 음식점 난투 씬에서 지인들의 배신에 씁쓸해 하다 이내 싸움 자체를 아이처럼 즐기는 전도연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훌륭한 연기가 만나 미슐랭이 됐달까..카메오로 나온 이재욱과 황정민까지 연기 구멍이라곤 없으니(이솜님의 요이~땅은 논란이 있는듯 하지만... 난 좋았다) 화려한 연기 대결을 보고 싶을때 추천한다.